[스타트업 하는 의사]
허찬영 ㈜에이치앤바이오 대표 ·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뼈 결손부위에 이식, 탁월한 재생능력 보여
관련 분야 특허 10여 건…글로벌 시장 진출할 것
‘알로덤’ 이용한 유방재건술도 국내 첫 도입

기자명 김왕근 기자 (slbu@themedical.kr)
허찬영 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서비스와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의사 본연의 업무만큼 유의미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성유숙 기자]
허찬영 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서비스와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의사 본연의 업무만큼 유의미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성유숙 기자]

“의료 관련 기업의 대표이사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플레이어’가 되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의사로서 기업 의뢰를 받아 제품 개발 아이디어만을 제공하거나 개발 제품의 평가만을 제공했다. 의료기업을 운영하는 지금은 내가 의료산업을 능동적으로 주도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의료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의 의사라면, 이렇게 의료산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옳다.”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만난 허찬영 에이치앤바이오(H&Bio) 대표(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에이치앤바이오는 지난 2018년에 창업한 벤처회사이고, 현재 직원 60여 명이 일한다. 기술 사업부인 오스펌(OSFIRM, 연구개발)과 연구용역 사업부인 한국피부임상연구센터(KSRC, 인체적용시험), 한국비임상시험원 (KINS, 비임상평가), 위키씨알오 (WIKICRO, 임상CRO)의 4개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다.

에이치앤바이오의 연구개발(R&D)은 오스펌 (OSFIRM) 사업부가 이끈다. 오스펌은 바이오 소재 및 골 재생·재건 의료기기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기반 기술은 생체 뼈에 있는 무기물질 ‘휘트로카이트’를 모방하여 합성하는 제조법이다. 휘트로카이트는 마그네슘을 포함하고 있는 인산삼칼슘(tricalcium phosphate)이고, 골절 부위나 뼈가 결손된 부위에 이식하면 뼈의 재생과 재건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또 생체 안전성과 골재생 효능이 높다. 에이치앤바이오는 이와 관련하여 국내외에 1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허 대표는 “휘트로카이트 물질 자체에 대해서는 특허가 인정되지 않지만, 그 제조 방법과 적용 제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특허 취득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는 “휘트로카이트를 적용한 합성골 이식재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나 ‘베타 인산삼칼슘’ 등 소재로 만든 기존의 합성골 이식재들의 재생능력 한계를 뛰어넘는다”라고 말했다.

에이치앤바이오는 오스펌, 한국피부임상연구센터, 한국비임상시험원, 위키씨알오 등 4개 사업부에 52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에이치앤바이오는 오스펌, 한국피부임상연구센터, 한국비임상시험원, 위키씨알오 등 4개 사업부에 52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허 대표는 “2025-2026년까지 해당 소재를 적용한 합성골 이식재 및 3D 프린팅 기반 지지체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을 예정이며 나아가 미국 오스펌(OSFIRM U.S.) 및 미국 내 키닥터(key doctor. 핵심 의사. 의사를 가르치는 의사)를 통하여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이치앤바이오의 연구용역 3개 사업부(KSRC, KINS, WIKICRO)는 임상, 전임상 단계에서 실험 전략을 세우고 시험평가 보고서와 임상시험 수탁까지 제공함으로써 개발 제품의 전주기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시한다. 허찬영 대표는 2010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실시 기관으로 지정 받을 당시 센터장을 맡았고 이후 5년 간 병원 내 교수 및 외부 기업들의 임상 의뢰를 총괄했다. 그러면서 (비)임상시험 평가 및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사업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러한 경험이 2019년 한국피부임상연구센터(KSRC)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피부임상연구센터(KSRC)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의 기능성, 유효성 및 안전성을 시험·평가하는 인체적용 시험 전문기관이다. 내부 시험평가 인력의 체계적인 관리 및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의 참여를 통하여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인체적용시험으로 축적된 데이터베이스, 360억 건의 SNS데이터, 12만 건의 화장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장품 관련 법령 등 식약처가 허용한 ‘사용 가능한 문구’를 이용해서 AI가 마케팅 문구를 생성 및 교정해 주는 ‘쏘굿 (SogooDTM)’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국비임상연구원(KINS)은 화장품, 의료기기의 엑스비보(ex vivo, 개체로부터 분리한 장기나 조직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방법), 인비트로(in vitro, 생체 내가 아닌 생체 밖의 컨트롤이 가능한 환경에서 실험하는 방법), 인비보 (in vivo, 동물 등의 생체 내에서 하는 실험) 등의 시험 방법을 통하여 안전성 및 효능을 시험·평가한다. 특히, KINS의 특화 부문은 ex vivo 시험법이다. 유럽연합 등에서는 2013년부터, 한국은 2016년부터 화장품 제조 시 동물실험이 금지됐고 이후에는 인공피부를 이용한 시험으로 대체되었으나 인공피부로 실제 피부를 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KINS는 수술 과정에서 폐기되는 사람 피부를 이용하여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리얼스킨 평가모델’을 개발함으로써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대안을 제시했다. 허 대표는 “뱃살을 떼어 가슴 성형을 하는데, 뱃살에서 일부 남는 피부, 즉 ‘리얼 스킨’을 이용해 화장품 임상시험에 쓴다. 이것으로 ‘동물임상’을 대체한다. 우리는 이렇게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개발을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그리고 한국 콜만과 공동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WIKICRO는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의 헬스케어 제품의 제품 개발 관련 컨설팅 및 임상 시험의 모든 분야를 지원해 주는 임상시험 수탁기관이다. WIKICRO의 특화 분야는 미용성형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의 인허가 지원이다. 이는 허찬영 대표이사가 지난 20여년 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행한 임상시험과, 의료진 네트워크가 기반이다. 에이치앤바이오의 4개 사업부 직원은 총 52명이다. 이 사업부들이 기업들의 다양한 의뢰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 진료만으로도 바쁜 대학병원 교수가 여러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업무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에이치앤바이오를 설립하여 진행하고 있는 업무들은 어느 날 필요성을 느껴 갑자기 시작한 일이 아니라, 이전부터 내가 계속 해 왔던 영역의 일이다. 내가 기업인이 되기 이전부터, 교수 및 의사로서 기업 및 교수진으로부터 임상 및 비임상 시험, 연구개발 등과 관련한 다양한 자문 및 공동연구를 제안 받아 이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또 많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이를 진행해 가면서 의사가 아닌 기업인으로서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쌓인 것 같다. 업무량이 이전보다 더 많아지긴 했지만 의료 산업 현장에서 내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지는 만큼 보람과 자부심도 이와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 그는 또 “그동안 임상경험으로 의사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더불어 임상현장에 있으면서 학교 및 병원과 기업 간의 협력 플랫폼을 지난 20년간 구축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허찬영 교수는 1995년 서울백병원 성형외과에서 인턴을 하면서 귀가 없는 아이들의 수술 장면을 많이 본 게 전공 선택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방학이면 귀가 없는 아이들이 와서 수술을 받곤 했다. 그들은 처음 방문할 때는 풀이 죽어 귀가 없는 부분을 머리를 길게 길러 가리고 왔다. 그러나 귀가 재건된 이후에 머리를 짧게 깎고 자신감을 가지고 퇴원했다. 그들을 보며 “무에서 유를 만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것은 환자들에게는 자신감과 기쁨을, 의사에게는 소명의식과 보람을 가지게 해 주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형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허 교수가 성형외과 의사로서 뼈의 이식과 재생, 재건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은 그가 이런 ‘전통적 성형외과’ 분야에 관심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백병원에서 소이증 환자 치료에 대한 트레이닝을 백롱민 교수로부터 받았고 백 교수는 그를 레지던트로 뽑아주었다. 허 대표는 “나는 백롱민 서울백병원 과장을 따라서 2003년 개원을 앞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여기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동시에 기업과의 협업을 통하여 수많은 경험과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허찬영 교수는 지난 2010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병원에서 연수하면서 유방재건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스콧 스피어 교수에게 ‘알로덤’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을 배웠다. 그리고, 한국인 체형에 맞는 알로덤 시술을 국내에 도입했다. 이는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조직확장기를 넣고 3~6개월 간 피부를 늘린 후, 유방보형물과 이를 잘 받쳐줄 인공 진피 알로덤으로 유방 보형물을 만드는 시술이다. 환자 본인의 등 조직이나 복부 피부지방을 이용하면 최소 5시간 넘게 걸리던 수술 시간이 알로덤 시술을 하면서 2시간 전후로 줄었다. 암수술 후의 재건까지 미리 생각하면서 하는 수술로 환자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허교수는 또 2012년에 KT와 공동으로 욕창 환자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런 성과들로 허교수는 2011년 조선일보에서 연재하던 ‘명의’로도 소개됐다.

그런 ‘명의’가 왜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섰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의사 본연의 업무만큼 유의미한 일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