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몰림 대표

물질의 독성·약물효과, 시각화·정량화 가능
임상시험의 CRO 역할…빠른 신약개발 도와
서울대병원과 ‘신경정신질환 유효성’ 연구도

기자명 김왕근 기자 (slbu@themedical.kr)
박현수 대표는 “몰림은 진단에만 사용됐던 분자영상 기술을 임상시험으로 가져와 ‘신약 개발’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성유숙 기자]
박현수 대표는 “몰림은 진단에만 사용됐던 분자영상 기술을 임상시험으로 가져와 ‘신약 개발’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성유숙 기자]

우리는 분자영상 기술을 이용하여 신약개발 고속화 서비스를 하는 비임상 및 임상시험 수탁기관(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이다”, “분자영상(molecular imaging)기술이란 분자·세포수준에서 일어나는 의생명과학 현상을 시각화, 정량화, 특성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이용하여 인체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상태를 진단 및 평가-치료하는 첨단 전문의학 분야로서의 핵의학이다”, “몰림이란 기업 이름은 ‘분자영상(몰큘러 이미징 molecular imaging)’에 해당하는 영어의 앞글자 몰(mol)과 임(im)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2022년 ‘몰림’을 창업한 박현수대표는 지난 3월 4일 경기도 수원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자사 기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핵의학 박사’다. 의사는 아니다. 박 대표가 한 얘기의 구체적인 의미는 바로 와닿지 않았다. 추가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거다.

 

-의생명과학현상의 시각화, 정량화 특성화란 무엇인가?

“시각화는 말 그대로 의생명과학적인 현상들, 인체 장기가 본래 가져야 할 생리학적, 생물학적 현상들, 기능들을 눈으로 딱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일반인도 알고 있는 MRI나 CT가 그런 예다. 정량화란 이렇게 보아낸 현상들을 수치로 표시하는 것이고, 특성화란 시각화 정량화한 결과로서의 의생명과학적 현상들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몰림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분자영상기술을 신약개발에 도입해 의생명과학 발전에 이바지한다. 구체적으로는 임상 및 비임상 시험의 수탁기관 즉 CRO로서의 역할을 한다. CRO가 하는 일은 우선 독성 검사이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약동학’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한다. 약동학이란, 약물이 몸속에서 어떻게 흡수 분포 대사 배설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또 약물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어떤지의 유효성 평가도 대행해준다.”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예컨대 뇌에 작용하는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이 약물 개발자가 의도한 것처럼 뇌로 가는지, 간다면 얼마만큼 가는지, 그 결과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지 등을,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약물의 ‘개념 증명’을 1상 임상시험에서 한다. 우리는 우선 약물 분포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며, 흡수 대사 배설에 대해서도 측정한다.”

 

빛을 내뿜는 물질이 인체 세포에 유입돼 보여주는 실시간 약물 분포 양상. [자료=㈜몰림 제공]
빛을 내뿜는 물질이 인체 세포에 유입돼 보여주는 실시간 약물 분포 양상. [자료=㈜몰림 제공]

-어떻게 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인가?

“방사성동위원소를 포함해 빛을 내뿜는 물질을 치매치료제에 붙여서 사람에게 투여한다.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나노입자가 세포 안으로 유입되면, 치매치료제가 이동하는 경로 등을 모두 시각화할 수 있다. 물론 방사선은 극미량이어서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인체를 들여다볼 수 없으니 시뮬레이션이나 모델링 등 방법을 썼다. 그런데 지금은 살아있는 상태의 온전한 생물 안에서 ‘지금’ 일어나는 생체 분자현상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런 약물의 안전성 및 개념 증명에 펫시티(PET-CT)나 스펙트시티(SPECT-CT)가 동원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 서비스를 했나?

“최근 바이오 의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바이오텍들에게서 단백질의약품, 세포소기관으로서의 소포체, 살아있는 세포로서의 세포 치료제 들에 대해서 분포 시험을 의뢰받아 연구 결과를 제공했다. 우리 몸속에 있는 물질을, 어떤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데 그 물질이 독성이 없는지, 약물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해서 그 결과를 제공한 것이다. 엑소좀은 진핵생물체에서 세포가 다른 세포와의 정보 교환을 위해 세포 밖으로 분비하는 나노미터 크기 물질이다. 엑소좀은 특히 몰림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분야다. 국내에서 엑소좀의 비임상시험, 즉 동물을 이용한 연구 수요는 많은데 공급처는 적기 때문이다. 이를 어떤 기업에 제공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계약상 비밀이다.”

 

몰림은 지난 23년7월, 보건복지부에 의해서 서울대병원과 함께 신경정신질환 유효성 평가센터 공동연구기관에 선정됐다. 박대표는 이 사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이 어떤 임계점에 있는 것 같다. 셀트리온 같은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로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가 아직은 미숙하고 취약하다. 그러니까 복지부에서 병원과 의과대학 등의 물적 인적 자원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관들에게 국내 바이오텍들의 성장을 도우라는 사명을 준 것이다. 이대 목동병원 인제대학교 부산 백병원 서울 아산병원 등이 유효성 평가센터라는 이름으로 그런 역할을 하도록 선정됐다. 몰림은 서울대병원과 함께 신경정신질환유효성평가센터에 공동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신경정신질환이라는 적응증은 연구개발의 난도가 상당히 높다.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구개발(R&D) 비중을 차지한다. 즉,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에 퇴행성 뇌 질환 예컨대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것들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이 평가센터에 서울대병원과 함께 공동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몰림으로서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은 병원의 특정 구역에 차폐돼 있으며 출입 권한이 있는 사람만 이 기술을 썼다. 그것도 환자의 진단에만 썼다. 그런데 이제 그 기술들을 신약 물질의 개발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됐나.

“나는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대학원 의학과에서 김상은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해서 박사 학위를 시작했고 2012년 졸업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신약개발 바이오 이미징 융합기술센터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 5년 동안 민간에 핵의학분자영상기술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의 노하우를 익혔고 ‘유효성평가센터’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이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지역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박사 학위를 공부하면서, 또한 연구조교수를 겸하면서, 그냥 학술적인 성과에 목매고 있는 학생일 뿐이었다. 그런데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의 한 연구팀에 있으면서, 동시에 신약개발 바이오 이미징 융합기술센터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핵의학 기술, 분자영상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이것이 누구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경험을 했다. 나는 이 기술을 그냥 연구실에 머물러 있게 할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어 다른 사람들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창업했다.”

몰림은 창업 2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이다. 직원은 5명. 2022년 창업 이래 누적 계약 총액은 10억3000만원, 누적매출총액은 6억5000만원이다. 2023년에 164%의 성장을 기록했고 24년에는 247% 성장 전망이다. ‘기업’으로서 큰 성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망은 어떻게 보나.

“전망은 분명히 밝다. 미충족 의료 수요로서 핵의학을 활용한 신약이 계속해서 개발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당위’다. 몰림의 기술은 그런 신약 개발을 고속화함으로써 의약계에 분명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 우리나라가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을 부흥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몰림은 연구개발 일하느라 정신없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들을 앞으로 특허자산으로 만들 계획이어서 기업 가치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술은 동물 실험에 있어서의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독성을 평가하든 안전성을 평가하든 유효성을 평가하든, 동물을 계속 죽이면서 평가했다. 동물의 몸 안에 약물을 주입하고 그 약물이 뇌에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살아있는 동물의 뇌를 꺼내 갈아서, 그 안에 있는 약의 양을 쟀다. 그런데 우리는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고, 살아있는 성체 그대로 뇌에 얼마큼의 약이 분포했는지 평가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왜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공부를 못하는지”가 궁금해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뇌인지과학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뇌의 작용과 원리를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그냥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뉴로 이미징’ 기술을 만났다. 이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그리고 서울대학교병원과의 인연이 계속되면서 창업하게 됐다.

그는 “과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주변에서 쉽게 알아들었지만 기업가가 된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를 늘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