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ES 2024 세미나(1)]
임상현상에 기반하는 혁신의료기기 개발과 상용화 전략

김법민 단장
“제도가 기술 속도 못 따라가
시장 진출 늦어지는 경우 많아”


우세준 센터장
“의사는 익숙한 기기 선호
수련의 때 국산 쓰게 해야”


송민석 팀장
“혁신의료기 개발 과정부터
임상의사 적극 참여 필요”


정규환 교수
“범용 의료AI 시대 눈앞
의사 생산성 크게 높일 것”

기자명 김왕근 기자 (slbu@themedical.kr)
‘임상현장에 기반하는 혁신의료기기의 개발과 상용화 전략’ 세미나 이후 강연 주체들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민트벤처파트너스 송재훈 회장, 송민석 민트MD수석팀장,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 김연수 서울대학교 교수,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 정규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조교수. [사진=민트벤처파트너스 제공]
‘임상현장에 기반하는 혁신의료기기의 개발과 상용화 전략’ 세미나 이후 강연 주체들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민트벤처파트너스 송재훈 회장, 송민석 민트MD수석팀장,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 김연수 서울대학교 교수,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 정규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조교수. [사진=민트벤처파트너스 제공]

제39회 국제 의료기기 및 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4) 기간 중인 지난 3월15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민트벤처파트너스가 공동주최하는 ‘임상 현상에 기반하는 혁신의료기기의 개발과 상용화 전략’ 제하의 세미나가 열렸다.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좌장인 세미나에서는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과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 송민석 벤트민처파트너스 MD수석팀장이 각각 혁신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정부, 병원, 의료인의 역할에 대해서 발제했다. 정규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조교수는 ‘AI기반 의료기기 현황과 혁신 의료기기 개발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정부의 역할)=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의약품에 비해서는 3분의1 수준이지만 반도체에 비하면 90%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21년 이전 5년 간 시장 규모 연평균 증가율은 5.9%였는데, 2022년 이후 5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7.9%로 전망된다.

한국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전세계 규모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출을 해야 하는데, 수출 기업은 전체 의료기기 기업의 26%에 불과하다. 단, 최근에 1000억원이 넘는 계약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이 신의료기술 적용에 열심이기는 하다.  2017년, AI 의료기기의 가이드라인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한국은 지난 2021년,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 의장국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3년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수립하고 향후 5년 내 의료기기 수출 2배 및 세계 5위 달성 목표를 천명했다.

대한민국의 의료기기 시장은 수요자로서의 환자, 공급자로서의 병원과 의사 그리고 ‘보험자’로서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당사자가 셋이다. 이들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디지털 기술 접목 의료기기들이 빠르게 혁신되고 있다. 단, 제도를 마련하는 속도가 기술 개발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미 개발된 기술들이 시장 진출에 있어서 6개월 내지 1년 늦어지는 예가 많다.

정부는 혁신을 위한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연구개발(R&D)을 주도해야 하며, 젊은 기업들이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갖고 빨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임상에 필요한 규제를 얼마나 신속히, 안전을 담보하면서 통과할 수 있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개발사업단이 제공하는 9개 플랫폼이 이런 지원을 세부적으로 하고 있다. 의생명산업단지들이 원주 대구 오송 김해 송도 등을 비롯해 20곳이 넘는다. 산업단지들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므로, 이들을 엮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사업단이 역할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더 큰 관리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 (병원의 역할)=국산 의료기기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판매’다. 국산 기기들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의사들은 전공의 시절부터 손에 익은 외국산 기기를 선호한다. 의사들이 초기 수련의 시절부터 국산 의료기기를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기기 기업을 지원한 사례를 소개하겠다.

기업 리브스메드의 다관절복강경기구 ‘아티센셜’의 경우, 독점적 지위의 다빈치 로봇 성능을 구현한 소형의 저비용 수동 제품이고, 제품이 ‘다관절’ 구조여서 조종하기가 쉽다. 우리는 의사들을 상대로 의료기기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지금은 세계 5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2015년에 개발된 썸텍의 3D 비디오 디지털 수술 현미경시스템은, 의사들의 무관심 때문에 2021년까지 국내 판매가 한대도 되지 않았다. 우리는 장비를 병원으로 입고시켜 안과 수술에 쓰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2000만원짜리 소니 50인치 모니터에 결함이 있는 것이 발견됐고, 이를 저가의 LG모니터로 교체함으로써 해결했다. 그 외에도 이 기계는 수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그때마다 다른 현미경으로 대체해 수술을 시행하면서도 계속 썸텍에 피드백을 주었다. 결국 하자는 모두 극복됐고 이 현미경시스템으로 올 2월까지 백내장 수술 118 건, 유리체망막수술 61건을 성공시켰다. 지금은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와서 내가 이 기기로 안과 수술하는 모습을  견학한다. 국산 의료기기의 기술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데, 이를 병원이 뒷받침할 경우 기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다.

 

◇송민석 민트벤처파트너스 MD수석팀장(의료 전문가의 역할)=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병원과 의료전문가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 해외에는 의료전문가의 자문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가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의 엠디스럽트(MDisrupt), 스페인의 비티에이치티(BTHT), 영국의 테크스퍼트(Techspert) 등이 그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혁신의료기기 개발 과정에 임상의사의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전문가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연결하는 전문 시스템으로 한국에는 민트MD가 만든 닥터위즈가 지난해 말에 출범했다. 구홍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의사 4명과 간호사 1명, 헬스케어사업 전문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닥터위즈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된 임상의사 자문 또는 채용 솔루션이다. 김연수 전 서울대병원장, 윤환중 전충남대병원장, 이삼용 전전남대병원장, 정호영 전경북대병원장 등의 시니어 리더 교수들이 자문위원으로 있다.

 

◇정규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교수(현황 및 개발 사례)=디지털 의료기술, 특히 AI가 최근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뷰노가 2018년 5월에 국내 최초 AI 적용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AI의료기기가 나와 있다. 그 중에는 망막 영상 AI 분석을 통해 심혈관 위험도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MRI를 듬성듬성 촬영하고 AI로 공백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촬영 시간을 3분의 1로 줄여주는 AI, MRI 사진을 주면 CT처럼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다른 목적으로 이미 촬영했던 영상에서 만성질환을 발견해내는 AI, 24시간 내에 발생할 심정지 위험성을 예측해 주는 AI도 있다.

AI 전용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시도되고 있지만 의료진은 선호하지 않는다. UI는 익숙하지 않고, 모니터도 하나 더 써야 되고, 실수할 위험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AI를 아예 장비에 탑재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AI의료기기가 정식 수가를 받은 사례가 2020년에 나왔고 지금까지 수가를 청구하고 있는 기기는 16개다. 생각보다 적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일본 후생성도 AI 수가를 주기로 했고 한국도 그렇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벽이 높다. 보험공단 입장에서는 판독의 정확도나 효율성을 높여 수혜를 보는 것은 환자가 아니라 병원이어서 급여를 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0년 전, 뷰노를 창업할 때와 비교해볼 때 AI의료장비 시장이 빠르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너무 많고 AI 소프트웨어들이 하는 일이 너무 협소해, 여러 데이터나 검사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의료진은 수십 가지 업무를 하는데, AI를 수십 개를 써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생기고 다용도 모델(퍼뮤테이션 모델)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아주 큰 모델 하나를 잘 만들고 그 모델을 여러 가지 작업에 적용해서 쓰자는 것이다. 번역 문서, 프로그램 코드 등의 텍스트를 다 학습한 챗GPT가 번역도 하고 코딩도 하는 것처럼, 의료 데이터도 아주 다양한 사항을 ‘멀티 모달’로 미리 공부시켜 놓고 거기에 특정 작업을 조금만 더 공부시키면 여러 가지를 잘하리라는 것이다.

범용 의료 인공지능(제너럴 메디컬 AI)이라는 개념이 주창되기 시작한 셈이며, 그런 개념의 초기 버전들이 실제로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이 만든 메드팜M은 의사 면허시험에서 합격점 60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메드팜2는 85점을 넘었다. 또 카카오브레인의 흉부 엑스레이 판독 보조 인공지능 ‘카라-CXR’은 그 성능이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4’ 성능보다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제너럴 AI 의료기기는 규제하기 까다롭고 그에 따른 위험성도 있다.

앞으로 닥쳐올 5년 혹은 10년에 어떤 변화가 더 있을지 아주 흥미롭다. AI가 나오기 전에 의사들의 생산성이 연간 0.5%씩 향상돼 왔다면 앞으로는 1년에 몇십~몇백%가 증가할 수도 있다. 어쩌면 AI의 도움으로 의사 한 분 한 분이 모두 다 ‘아이언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